나홍진 감독 '호프'가 제79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4년 만에 초청됐습니다. 칸 복귀의 기쁨과 함께 영화인 581명이 스크린 독점·홀드백 법안 철회를 촉구한 이유, OTT 유통 변화까지 한눈에 정리했습니다.
3줄 요약
- 나홍진 감독 '호프', 제79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 — 한국 영화 4년 만의 경쟁 부문 진출
- 봉준호 등 영화인 581명, 홀드백 법안 철회와 스크린 상한제 도입을 정부·국회에 촉구
- 류승완 감독 '휴민트', 극장 200만 미달 후 넷플릭스 1위 — OTT 전환 수익 모델 주목
📑 목차
나홍진·연상호, 1년 만에 칸영화제 무대로 돌아오다
올해 한국 영화계에 단비 같은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가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습니다.
칸영화제 측은 현지 시간 4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5월 12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제79회 영화제의 공식 섹션 초청작을 발표했는데요. 한국 영화가 칸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린 것은 2022년 박찬욱 감독 이후 4년 만입니다.
연상호 감독의 '군체'도 칸 공식 섹션에 함께 초청되며 한국 영화의 존재감을 다시 알렸습니다. 지난해(2025년)에는 공식·비공식 부문을 통틀어 26년 만에 초청작을 단 한 편도 내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복귀는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한국 영화 0편'의 굴욕을 딛고 1년 만에 이뤄낸 귀환이니까요.
나홍진 감독에게 이번 '호프'는 각별한 작품입니다. 2016년 '곡성'을 칸 비경쟁 부문에 선보인 이후 무려 10년 만에 내놓는 신작인 데다, 이번에는 황금종려상을 다투는 경쟁 부문이라는 더 높은 무대에 서게 됐습니다. 국내에서도 2026년 한국 영화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인 만큼, 칸에서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 관심이 쏠립니다.
이슈 분석 및 배경: 화려한 복귀 뒤에 숨은 위기
칸 초청 소식이 들뜨게 만드는 와중에, 한국 영화 산업의 내부 사정은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영화계 안팎에서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는 긴박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축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지난해 한국 영화 배급사 1위를 차지한 콘텐츠미디어 그룹 NEW는 연결 기준 매출 1,426억 원, 영업이익 26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소수 상위 사업자의 성과일 뿐, 중소 제작사와 독립 영화계는 갈수록 더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른바 '양극화 구조'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죠.
| 항목 | 내용 |
|---|---|
| 칸 경쟁 부문 마지막 한국 영화 | 2022년 박찬욱 감독 (4년 전) |
| 지난해(2025년) 칸 초청작 수 | 공식·비공식 통틀어 0편 (26년 만) |
| 이번 칸 초청 한국 영화 | 나홍진 '호프'(경쟁), 연상호 '군체'(공식 섹션) |
| 홀드백 법안 핵심 내용 | 극장 상영 종료 후 최대 6개월 뒤 타 플랫폼 공급 허용 |
| 발의 의원 |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 등 13인 |
| 영화인 성명 참여 인원 | 봉준호 등 581명 |
| 2025년 배급사 1위 NEW 매출 | 1,426억 원, 영업이익 26억 원 |
이런 구조적 문제의 배경에는 '스크린 독점' 현상이 자리합니다. 흥행 대작이 극장 스크린 대부분을 점유하면, 중소 규모 영화는 충분한 상영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퇴장하게 됩니다.
투자비 회수가 어려워지니 제작 환경도 위축되고, 이는 다시 다양한 영화가 사라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이 구조가 반복될수록 제작사들의 투자 심리는 더욱 움츠러들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인 581명이 외친 '골든타임', 무엇을 요구하는가
2026년 4월 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2026년 한국 영화 산업의 위기와 대책' 정책 제안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봉준호 감독을 포함한 영화인 581명이 서명한 이 성명은 정부와 국회를 향해 강력한 구조 개혁을 촉구했습니다.
기자회견에는 김병인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이사장, 양우석 감독,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 등이 직접 나서 발언했습니다.
영화인들이 핵심적으로 요구한 내용은 두 가지입니다.
- 스크린 상한제 도입: 특정 영화의 스크린 독점을 제한해 다양한 작품이 상영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대형 흥행작이 스크린을 독차지하면 다른 영화들은 관객과 제대로 만나지 못한 채 사라진다는 것이 핵심 논지입니다.
- 6개월 홀드백 법안 철회: 임오경 의원 등 13인이 발의한 개정안은 극장 상영이 끝난 날로부터 최대 6개월 후에야 OTT 등 다른 플랫폼에 공급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영화인들은 스크린 독점으로 상영 기간이 이미 짧아진 상황에서 OTT 공개까지 막는 건 투자비 회수를 어렵게 하고 관객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잘못된 처방'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계류 중입니다.
이들이 한목소리로 강조한 건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한국 영화 생태계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경고였습니다. 한국 영화 산업이 붕괴 위기에 처해 있다는 표현이 과장처럼 들릴 수 있지만, 창작자와 제작자가 동시에 목소리를 높였다는 사실 자체가 상황의 심각성을 말해줍니다.
극장에서 OTT로, 한국 영화 유통 지형이 달라졌다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는 이 변화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초호화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극장에서 200만 관객 돌파에 실패하며 흥행 부진을 겪었지만, 넷플릭스에 공개되자마자 단숨에 1위로 직행했습니다.
OTT 전환으로 새로운 관객층을 확보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죠. 극장에서 한국 영화의 흥행 공식이 OTT에서도 그대로 통할까, 라는 물음에 '휴민트'는 흥미로운 사례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반면 극장에서 꾸준한 저력을 보여주는 작품도 있습니다. 사극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64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천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사극 장르로는 2014년 '명량' 이후 12년 만에 탄생한 천만 영화로, 한국 관객들의 사극에 대한 애정이 여전함을 보여줬습니다. 이처럼 극장과 OTT 양쪽으로 관객이 분산되는 현상은, 한국 영화 산업이 수익 구조를 어떻게 재편해야 하는지 새로운 과제를 던집니다.
기술 변화도 주목할 만합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생성형 AI로 2D 영상을 3D로 변환해 제작한 4분짜리 영화 '시네마제네시스'가 4월 23일부터 열리는 제43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에 공식 상영될 예정입니다. AI 기술이 영화 제작 영역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신호로도 읽힙니다.
칸에서 시작된 반등, 한국 영화의 다음 챕터는
나홍진의 '호프'와 연상호의 '군체'가 칸영화제라는 세계 무대에서 한국 영화의 이름을 다시 알리는 지금, 산업 내부에서는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기 위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스크린 상한제, 홀드백 규제, OTT 수익 배분 문제는 어느 하나 쉽게 풀리지 않는 복잡한 사안입니다. 영화인 581명이 '골든타임'이라고 부른 이 시점에, 정부와 국회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앞으로의 한국 영화 생태계를 좌우할 것입니다.
칸에서의 낭보를 반기면서도, 동시에 현장의 위기 신호를 외면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 영화의 지금, 여러분은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